한국산악회 경기지부

장승필 회장님의 소회

여든해(이충원) 2016. 2. 13. 22:33

No. 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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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성 자 사무국 (cac@ca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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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제 목 한국산악회 회원님들께-장승필

한국산악회 회원님들께

존경하는 선배님, 친애하는 동료 및 자랑스러운 후배 여러분!

한국산악회 현 집행부를 책임지고 있는 회장 장승필입니다.

제 임기가 오는 2016년 2월 27일로 완료됨으로, 저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알려드려야 하겠기에 회원 여러분들께 편지를 보냅니다.

저는 1955년 남정현 전 회장님과의 인연으로 인왕산에서 암벽등반을 시작했습니다. 1988년 한산 회원으로 가입하여, 남회장님의 추천으로 2000년 초 한국산악회 이사진에 참여하여, 현재 산악인으로서 최고의 명예직인 한국산악회 회장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20대 젊은 시절 제 목표도, 8848 전화번호를 쓰는 모든 산악동지들처럼 에베레스트 한국인 초등이었습니다만 그 꿈은 고상돈이라는 영웅의 에베레스트 등정 성공 소식을 접하는 순간 접어야했으며, 그 대신 저의 능력 범위에서 산악 후배들을 위하여 산에 대한 열정을 받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한 다짐을 실현하고자 한국산악회 집행부에 참여하여 지난 10여 년 동안 성실하게 한산 산악활동을 했으며, 2015년 한국산악회 창립 70주년 기념행사까지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어서 제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는 위안도 됩니다.

한국산악회 발전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도와주신 회원 여러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근본적으로 민주주의 신봉자입니다. 제 경우의 민주주의란 사회 각 구성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소임을 충실히 수행하여 합쳐진 결과를 사회발전 동력으로 삼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각 사회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동과 봉사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이런 자유민주주의 원리를 한국산악회 집행과정에서 적용해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는 한산의 미래는 각 위원회와 지부별 활동에 달려있으며, 모든 회원들이 자기가 속한 위원회와 지부 활동에 자발적으로 적극 참여하면 그 힘들이 합쳐져 한산의 총력이 된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제가 회장으로 임기를 맡고 있던 지난 2년 동안 한산의 회원들과 위원회의 활동은 괄목할 만 것이었습니다.

작년 1월에는 박석희 회원이 한산 대표로 영국 울트라산악마라톤대회에 참석하여 한산의 위상을 세계에 떨치고, 2월에는 젊은 산악기술위원들, 초등자 박영배 회원과 한산 회장인 제가 함께 참여하는 토왕폭 등정에 성공했습니다.

3월에는 이강목 회원의 7대륙 최고봉 등정을 기념하는 출판기념회, 5월에는 전북지부 주관의 에베레스트 원정대와 산악기술위원회 주관의 히말라야 춤부 원정대도 출정하였습니다. 불행히도 이 두 원정팀이 등반을 시작하던 시기에 네팔에 큰 지진이 발생하여 등정에는 성공하지 못했으나 천우신조로 전 대원 모두 무사히 귀국할 수 있었습니다. 6월에는 산악연수원 등산학교 동문들이 요세미테 죠디악 루트 등정에 성공하였습니다.

8월에는 스포츠클라이밍위원회가 제1회 스포츠클라이밍 페스티발을 성공적으로 주관하여 젊은 한산 회원들의 갈증을 풀어주었습니다.

학술위원회에서는 8월 한국산악회 창립 70주년 기념 독도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한국산악회를 널리 알렸고, 8월에는 독도에 한국령과 한국산악회의 독도사랑의 뜻을 알리는 독도표지석을 성황리에 재건하였습니다.

재건된 지 얼마 안 되는 안전대책위원회는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협력하여 도봉산의 암벽등반 안전사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였고, 위원회 자체 예산으로 한국 최초 산악안전 백서인 <북한산 도봉산 산악사고 백서>를 출간할 예정입니다.

회원관리위원회는 본회의 선임 위원회로서 본분을 다하고 있고, 회원관리위원회로부터 파생되어 출발한 등산·트랙킹위원회도 월례산행을 매월 충실히 수행하여 회원들이 함께하는 산행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화보편찬위원회가 마지막 이벤트인 <한산 70년 화보집>을 2월 정기총회에서

발간 배포하는 것을 끝으로 70주년 관련 모든 행사를 마무리 할 예정입니다.

저는 지난 11월에 있었던 정기이사회까지도 “창립기념행사의 준비과정에서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만들어진 단결된 힘을 미래 한국산악회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자”고 회원들에게 말씀드렸던 창립 70주년 기념행사의 취지가 어느 정도 성공한 줄 알았습니다.

저는 ‘산악계 후배들을 돕겠다’던 스스로의 약속을 지켰다는 판단도 있고, 저보다 더 능력 있는 분에게 한산 회장직을 물려줄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선대 회장님 두 분께서 한 번 더 맡는다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권유와 대부분의 부회장·이사들의 회장직 연임에 대한 강력한 주장을 받아들여 11월 이사회에서 연임 의사를 말씀드렸습니다.

그 순간 몇몇 이사들에게서 묘한 기운을 감지했었습니다.

그리고, 11월 정기이사회 이후 현 집행부를 비방하는 근거 없는 악성루머가 난무하기 시작하고, 급기야는 일부 지부장은 산악회 회장과 이사회에 의견을 묻거나 알리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차기 회장을 추대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벌렸습니다.

현재 각 위원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대부분 회원들이 창립기념행사들을 성공시키기 위하여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있는 동안, 한국산악회 집행부 일원이기도 한 몇몇 지부장들이 뒤에서 차기 회장선거를 준비하고 있었으며, 게다가 특정 지부와 회장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노골적인 음해성 유언비어가 제 귀에 들어오는 순간, 제가 한국산악회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겠다는 절망감에 하늘이 무너질 듯이 참으로 암담했습니다.

저는 산악인들은 순수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왔으며, 한산은 특히 순수한 알피니스트의 모임이라는 신념에는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산악회 내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정치권의 이전투구 선거판과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어제와 오늘 서로 얼굴을 맞대며 산행하고 같이 식사하던 산악동지들의 우정 어린 모습은 어디로 갔습니까? 이러한 현상은 저의 산에 대한 철학이나 산악회 운영 방식과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고 또한, 정기총회에서 회장 경선을 둘러싼 지옥 같은 아수라장을 상상하기도 싫어서, 저는 지난 1월 이사회에서 회장 연임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지난 2개월 동안 참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저는 조직의 구성원일 때에는 자발적으로 성실하게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수장일 때에는 몸과 마음을 가리지 않고 솔선 동참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스스로가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이를 참아내질 못합니다. 저의 이런 기질 때문에 그동안 집행부에서 같이 일을 해오던 몇 분과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산악회라는 특수한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부족한 제가 그분들 마음에 큰 상처를 안겨준 것 같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저는 70주년 기념행사를 원만히 그리고 열정적으로 함께 치룰 수 있는 행정능력이 필요했고, 그러한 진행 과정에서 산악회 운영 전반에 관한 경험을 쌓아 한국산악회 연수원, 청소년등산아카데미, 위원회 등에서 한국산악회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산악인 후배들을 키우는 것이 저에게 맡겨진 또 다른 소명이라 여겼습니다. 그래야만 이번 70주년 행사가 단순히 과거를 기념하는 행사가 아니라 앞으로의 한산 100년 미래를 이끌어 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마음에 계속 걸리는 것은 ‘지부장협의회’라는 임의조직입니다.

한국산악회는 총회에서 회원들의 뜻에 따라서 선출된 회장과 이사들을 중심으로 한 이사회가 산악회를 이끌어가는 핵심적이고 공식적인 조직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부장협의회’는 제가 회장을 맡기 전부터 몇몇 지부장들이 모여 한국산악회의 앞날을 걱정하는 데서 시작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을 산악회 내의 긍정적이고 합리적으로 수용하기 위해서, 저는 ‘지부장협의회’를 ‘지부장 회의’로 정관 변경을 통하여 공식화시킬 것을 제안했습니다. 즉, ‘지부장회의’의 회장은 본회 회장이 맡고, 총무는 지부장들이 번갈아 맡으면, 본회와 지부가 서로의 사정을 더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고, 지부장들도 지부에서 원하는 바를 본회에 직접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들어서였습니다. 그러나 현 ‘지부장협의회’ 회장단에서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저도 창립 70주년 행사라는 대사를 앞두고 지부와의 소모적인 갈등을 피하려고 더 이상 그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 후 ‘지부장협의회’에 참석해 달라는 언질을 몇 차례 받았으나, 제가 협의회에 참석하면, 일부 지부장과 지부임원들이 참여하는 정관에도 없는 ‘지부장협의회’라는 임의조직을 본회 회장이 승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저로서는 협의회 모임에 참석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그런 협의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 현 지부장협의회 회장단들에게 매우 섭섭한 감정을 심어준 모양입니다. 그렇게 쌓인 감정이 급기야는 오늘의 한산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어내는 원인이 된 듯싶습니다.

저는 산악회에는 이사회가 있고, 지부장들도 이사로서 참석할 수 있는 제도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데 굳이 ‘지부장협의회’라는 새로운 협의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소신을 지금도 바꿀 생각은 없습니다. 한국산악회는 총회의 인준을 받은 수장인 회장과 이사들이 산악회를 화합하여 이끌어야 하며,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고 하여 사조직을 임의로 구성하여 산악회를 좌지우지해서는 안 됩니다.

저는 일부 회원들이 한국산악회의 차기 집행부를 자기들 중심으로 구성하기 위한 세속적인 정치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빌미를 제가 제공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제가 그 책임을 지고 회장 연임을 포기한 것은 마땅하고, 회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2월 27일 한국산악회 정기총회에서 뽑을 차기회장은 경선이 아니라 추대되어야 한다는 것 역시 저의 변함없는 소신입니다. 그래서 저도 경선으로 선출되는 회장이라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여 대승적 차원에서 제 스스로 경선 참여를 접었습니다. 그것이 대부분 회원들의 뜻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반목을 벗어나 화합하고 서로 사랑하는 미래지향적 산악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회원들이 추대할 차기 회장은 몇 가지 갖추어야 할 덕목이 있어야 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그 중 먼저 갖추어야 할 덕목은, 현재 한국산악회의 운영내용을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본인의 많은 시간과 정열을 한국산악회 운영에 할애해야 합니다. 한국산악회는 현재 10개 이상의 위원회가 그 이름에 걸 맞는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고, 13개의 지부에서는 지부 나름대로 전통을 가지고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상황을 아는 데만 10년 이상이 걸립니다. 그것도 열심히 한산 운영에 참여할 경우에 말입니다.

혹자는 회장이 산악회 사정을 속속들이 알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하겠지만, 요즘같이 빨리 변화하는 시기에 그 속사정을 어설프게 안다면 회장과 회원들은 엇박자를 내며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중추 세대가 바뀌듯이, 한국산악회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중추 세대도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한국산악회를 움직이는 40·50대 중심회원들은 1970년대 한국산악회를 일구어냈던 60·70대 원로회원들과는 등반방식과 산에 대한 생각이 너무도 다릅니다.

그리고 위원회마다 성격이 다르고, 또한 지부마다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한국산악회를 밖에서 피상적으로 아는 것과 실제로 집행부로서 직접 피부로 느끼는 한국산악회의 실상은 그 차이가 너무나 큽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많은 시간을 내어서 이사, 부회장, 회장으로서 한산의 운영에 참여했던 저도, 그러한 사실을 지난 2년 동안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더욱 절실하게 인식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산악회 차기 회장은 전임 부회장이나 현 부회장 중에서 한산 운영에 열성적으로 참여했고, 등반활동 경험이 많으며, 기여도가 높은 분으로 추대하는 것이 순리라는 판단이 듭니다.

차기 회장이 갖추어야할 두 번째 덕목은 한국산악회가 국내외 산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걸 맞는 대외적 역량입니다.

이는 한국산악회가 대한민국 산악계의 큰 집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산악계의 대외적인 이미지는, 1970-80년대 주로 산악활동을 활발하게 했던 한국 산악계의 원로들과의 관계설정 뿐만 아니라 한 차원 뛰어넘어서 한국의 산악정책을 담당하는 국가기관, 여타 산악단체, 아웃도어업체들, 산악 곳곳에서 전위적인 산악활동을 펼치고 있는 젊은 클라이머들, 한국의 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선량한 산행인들, 장차 산에서 활동할 청소년 등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산악동지들을 보듬고 나갈 수 있는 역량이어야 합니다.

위의 조건들을 모두 갖춘 회장 후보를 찾기란 그리 쉬워보이질 않습니다. 왜냐하면 70-80년대 충실하게 산악활동을 했던 산악인들 중 계속 산행활동을 유지했던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개인적인 생업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한국산악회 발전을 위하여 본격적으로 참여 봉사할 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1980년대 이후에 뒤늦게 산에 열정을 바치고 있는 산악인들은, 한국산악계 원로들에게 잘 알려질 기회가 드물었으며, 산악계에서 큰 역할을 수행할 경험도 적었습니다. 또한, 1990년대 이후로 우후죽순처럼 산에 대한 욕구를 지닌 젊은 산악인들이 지닌 각양각색의 취향을 이해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다가오는 2월 27일 정기총회 때 회원들의 만장일치로 차기회장을 추대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우리 한산 전 회원들이 모두 동의하리라 믿습니다. 회원화합을 바라는 회원들의 희망을 저버리지 않기 위하여 저는 전·현직 한산 부회장 중에서 차기 회장 덕목에 가장 근접한 한 분을 선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산 원로회원님들의 지혜와 묘안에도 한 가닥 희망을 걸어봅니다.

丙申年이 시작이 되었습니다.

붉은 원숭이해 1년 내내 한국산악회 모든 회원님들과 가족 분들의 건강과 행복이 늘 함께하기를 진심으로 기원 드립니다!

2016년 2월 12일

한국산악회 회장 장승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