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어머니

여든해(이충원) 2009. 11. 5. 15:26

 

어머니                                     2006 겨울


파르르 문풍지 소리 / 어깨 더욱 시린 밤에
삼 남매 올망졸망 / 아랫목에 발 모으고
찬바람 늦도록 / 부엌일 겨우 끝낸 엄마
언 손 녹일 틈 없이 / 졸라 듣던 옛날 얘기

몇 번을 다시 들어 / 다 외던 그 얘기도
새롭고 구수하다 / 귀 더욱 모으면
못 배워 웃는 일마저 / 자신 없던 어머니도
그런 날은 너털웃음 / 제법 많이 웃었지요


오뉴월 콩밭 매기 / 한여름 보리타작
농사일 중 힘든 일을 / 도와 드린다 달려들다
한 식경에 식겁하고 / 슬그머니 손 놓으면
오냐 그래 수고했다 / 그을린 얼굴에 하얀 웃음만

온몸이 따갑도록 / 내리쬐는 땡볕 속에
긴 고랑 기약 없는 / 지겨운 밭매기에
바보 같은 울 어머닌 / 무슨 생각 하셨을까
당신 삶 낙 없다 한탄일까 / 자식 앞날 염원일까


그 자식 유학 간다 / 대처로 떠나던 날
꾸러미에 보따리에 / 이것저것 꾸려내어
맨손으로 이고 들고 / 기차역 십리 길을
오종총총 앞서시던 날도 / 오늘보다 더 한겨울

칼 바람 몰아치던 / 황량한 들판 길을    
언 손 놓을 수 없이 / 마냥 걷던 어머니 뒤 따르며
험악한 농사일에 / 온몸이 무디어져
시림 마저 못 느끼시나 / 소리 없이 울었는데


그 후로도 한 평생을 / 아들 장래 발원하며
천지신명 부처님 하느님 / 모두 불러 기도할 제
내 정성 모자라서 / 소원 아니 들어줄까
갈수록 더한 정성 / 듣는 마음 시리게 하시고

늦게 둔 자식이라 / 고희 앞에도 부엌일인데
새벽잠 깨는 일이 / 평생을 몸에 배어
한밤중 잠이라도 / 까치발 소리에도 깨곤 하니
매일밤 불안한 선잠 / 보는 마음 아프게 했소


당신 삶 한 올 없이 / 자식 인생 사시더니
저 세상 가는 길은 / 무에 그리 급하셔서
며느리 보자마자 / 할 일 다 끝났다 심인지
그리 허망케 떠나시면 / 불효자는 평생의 한

앉은 밥상 받아보셨소 / 유람 한번 가보셨나
설운 자식 눈물 한 줄기만 / 평생수고 대가던가
부모님 병이 들어 / 고칠 수만 있다면
이 몸 사지 떼서라도 / 효도하며 살랬더니

결과에 드린 거란 / 근심 걱정 고생이요
가시고 나니 회환 말고 / 아무 할 일 안 남았네
그나마 공부 잘한다 / 동네방네 아들 자랑
그거라도 효 됐을까 / 내 맘의 위안일 뿐일까


한스러운 모진 인생 / 가는 날도 엄동설한
흰 눈이 슬픔처럼 / 희끗희끗 날리던 날
고단에 졸아든 몸 / 뉠 곳마저 언 땅일까
뜨거운 눈물 하염없이 뿌려도 / 녹을 줄을 모르더이다

지금은 하늘 저곳 / 편한 잠 주무실까
가없는 자식걱정 / 여태 아니 우실까
이번 제사 오시거든 / 오순도순 담소 후에
언 몸이나 녹여 가오 / 걱정일랑 두고 가오
 
 
대구에서 실버들 오빠께서 지으신 시를 퍼옴
 
  • 실버들
  • 2009.11.0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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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오라버니가 어머니 생각하며 지은시 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