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ite mountain

레이니어 등반기

여든해(이충원) 2010. 7. 6. 15:00

 

2009년 영월 한반도 빙장의 개소식때

유 학재이사님의 레이니어 리버티 등반계획을 스쳐 듣고,

그자리에서 부족하지만 꼭 대원으로 합류할 수 있도록 해주십사 당부를 드렸다.

지난 여름 종합과정과,

금년 겨울 동계과정을 한꺼번에 이수하고 나서,

마음 한 켠으로는 은근히 자신도 있을터였다.

 

일기가 한 여름으로 치닫는 5월 28일

서울에서 출발하는 7명

(유 학재, 이 상세, 유 형근, 신 동석이사님과, 전 경식님, 이 경진님,본인)

일행을 환송하러 출근하시다 말고

배 종화 인천지부장님께서 공항까지 배웅을 오셨다.

장비와 공동의 짐을 정리해서 화물로 부치고

잠시후 일행을 실은 델타항공의 여객기는

인천공항의 활주로를 뒤로하고

1시간 51분을 날아 중간 경유지인 나리타공항에 내려 앉는다.

잠시의 시간에 850엔 하는 덴뿌라 우동을 한 그릇씩 먹고,

시애틀로 향하는 여객기에 오른다.

오후 4시 5분에 나리타를 이륙하자

바로 아래 펼쳐지는 태평양과,

길게 늘어진 해안선이 거센 파도를 맞고 있다.

태평양 바다위로 비행을 하는 잠시의 시간 말고는

기체 아래의 바다는 구름속에 숨었다.

 

해가 떠오르는 동쪽을 향해 비행을 하는 덕에

아주짧은 시간에 석양을 보고 있게 되었다.

구름위로 보이는 낙조를 감상하고 있자니

같은 방향으로 고도를 다르게 하고 가는 여객기가 보인다.

내가 타고가는 비행기 보다 속도가 빠른지 이내 시야에서 사라진다.

나리타 공항을 이륙하여 약 2시간 30분되었는데

석양을 뒤로하고 앞으로 보이는 어둠속으로 들어간다.

 

시간을 아직 바꿔 놓지 않은 까닭에

현재 시간 22시정각

낙조를 본지 대략 3시간 30분 만에 다시 동녁하늘이 밝아 온다.

끝간데 없이 펼쳐진 구름위로 그새 여명이 밝아 오는게다.

해가 지지 않는 동쪽을 향해,

동쪽으로 배를 몰아가던 옛 선조들의 바램을

조금은 헤아릴 수 있을듯도 싶다.

조금씩 빠르게 붉음이 번져 가다가

이젠 제법 동녘하늘이 훤해 졌다.

22시 30분, 서울에 있었으면 잠자리에 들 시간에

또다른 28일 새벽을 여는게다.

기체 날개에 가려지지 않았다면 태평양 구름위로 떠오르는

찬란한 붉은해를 볼 수 있을텐데 아쉽다.

이 상세 이사님이 일출을 캠코더에 담으시고자 내자리로 온다.

그 새 눈이 부시다.

 

시애틀의 두터운 구름을 뚫고 내려와 보니

비가 내린다.

수속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시애틀에서 오신 기 형희님, 김 은수님,

L/A에서 오신 강 신일님께서 반갑게 맞아 주신다.

이번 산행을 기획하신 정 재학님과

함께 마트에 들러 장을 봐서

레이니어 입구에 있는

GATE WAY INN에 여장을 푼다.

시차와 긴여정의 고단함이 몰려와

저녁을 서둘러 먹고 내일을 기대하며 잠자리에 든다.

 

5월 29일

서둘러 이른 아침을 먹고,

정 재학씨와 강 신일씨의 수고로 파라다이스로 이동.

레이니어 등반신고를 하고

고소적응차 뮤어산장 까지 다녀오기로 한다.

출발전에 내리던 비는 파라다이스 약 1,500m 부터는

눈으로 바뀌어 내린다.

처음으로 신어보는 설피가 어딘지 어색하기도 하고

옆으로 지나 올라가는 다른팀들의 스키가 부럽기도 하고......

왼쪽에서 휘때리는 눈보라에 몸의 반 쪽이 시려진다.

개스탓에 전방의 시야는 20m가 채 안보이는것 같다.

잠시 잠간동안 구름이 걷히는 듯 맑아 졌다가

이내 뿌옇게 변하는 변덕스러움 속에

뮤어산장이 보이는 곳까지 운행을 하고,

내일의 등반을 위하여 서둘러 하산을 한다.

솜씨 좋은 신 동석 이사님의 음식솜씨로 저녁을 먹고,

아주 짧은 술자리를 하고자 했는데

술은 맘대로 제어가 되질 않는다.

 

5월 30일

어제저녁 늦게까지 이어진 술자리와

작은 소요로 분위기가 많이 가라 앉았다.

짐을 꾸려 차에 싣고,

남은짐은 한 곳에 모아두고 어제 올랐던 파라다이스로 이동을 한다.

어떻든 시차적응도 제대로 못한데다,

늦게까지 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컨디션들은 정상이 아닌듯 하다.

아무튼 자욱한 개스와 비 눈을 맞으며 뮤어산장으로 오른다.

중간에 행동식으로 점심을 때우고,

오후 4시30분경에 뮤어 산장에 닫는다.

힘이 장사이신 이 상세 이사님과

정 재학님, 이 경진님, 신 동석 이사님께서

뮤어 캠프를 확보해 놓으셨다.

이런 일기에 한데잠 안자는것도 대단한 복일게다.

신 동석 이사님과, 이 경진님이 신기에 가까운(?)솜씨로

마운틴 하우스와 누룽지로 뚝딱 저녁을 내어 놓는다.

일행과 떨어져 합류한 한 인석님까지 일행이 9명이 되었다.

일단 쉬었다가 밤 11시경에 출발할 요량이다.

저녁후 잠시 눈을 붙였는데 머리가 지끈거린다.

아스피린을 한 알 먹고 눈을 감고 있다.

 

5월 31일

옆자리에 있던 러시아 팀이 악천후를 뚫고 출발을 한다.

우리팀은 이틀의 시간을 허가 받아서 하루의 여유가 더 있는게다.

일기가 좋아지기를 기다리며,

이 상세, 신 동석 이사님이 정찰을 나가신다.

눈보라가 매섭게 몰아치는 뮤어산장에서

할 수 있는건 그저 쉬는게 전부다.

산장의 문을 조금이라도 밀쳐보면 사나운 눈보라에

서둘러 고개를 숙이고 만다.

지금의 기상은 아주 좋지않다.

 

6월1일

그제 정상에 오르던 팀이나

어제 오르려 했던 러시아 팀이나,

정상등정은 못하고 내려왔다고들 한다.

여러가지 여건이 맞지를 않아 어렵게 시간을 만들어

아곳까지 왔으나 실패(?)를 한게다.

오후내내 일기가 좋질 않더니

어느순간 거짖처럼 날이 개인다.

서둘러 아끼던 식량을 털어 식사를 하고

서둘러 산장을 나선다.

헤드랜턴으로 밤을 밝히고 어둠을 헤치고 정상을 향하는게다.

9명의 일행은, 잉그레함 빙하 조금 못미쳐서

4명, 5명으로 두 개조로 안자일렌을 하고

안내등반을 하는 팀들이 설치해 놓은 텐트를 돌아

제법 가파른 경사의 설벽(?)을 오른다.

캠프를 출발할 때는 지끈거리는 머리가

산뜻하게 맑았기에 고소증세가 싹 가셨나 했는데

걸음이 점점 쳐지는게 아직 덜 된듯하다.

선두에서 오르는 이 상세 이사님의 걸음을

몇 번의 산행으로 대강은 아는데도,

도무지 따라가질 못하고 천천히 가자고 하소연을 한다.

숨이 가쁘다거나,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걸음이 느려진다.

밤을 도와 등정을 하고는 햇살이 퍼지기 전에

돌아 내려오지 않으면 눈사태 위험이 많다고 들었는데......

크레바스를 서너개 넘고 길을 잃었다.

잠시 앉아서 휴식을 하다가

이대로 끓려가면(?) 시간을 너무 지체케 할것 같애

하산을 하겠다고 했다.

아직도 어둠은 있었지만 달 빛에 헤드랜턴 빛에

눈이 반짝이는게 아름다울터인데

흔쾌히 결정을 한다.

유 학재, 신 동석이사님 한대 OB 한 인석님, 이 경진님은

등정을 계속하고, 전 경식님, 유 형근, 이 상세이사님, 정 재학님,

본인등 5명은 하산을 하기로 하였다.

결정된 이상 미련을 갖을 일이 아니다.

고소증세가 있을때는 서둘러 하산하는게 답이란다.

큰 크레바스 두 개를 넘어

이제는 큰 위험 구간은 지난듯한 곳에서 잠시 쉬기로 한다.

 

지참했던 행동식을 하나 꺼내어 우물우물 거리는데

입에서만 빙빙 돌 뿐 넘어가질 않는다.

이내 저녁에 먹었던 내용물까지 확인을 시켜준다.

그나저나 많은 시간과 경비를 들여

여기까지 왔는데 나하나 때문에

등반을 포기하는 인원이 생겨 체면이 말이 아니다.

다행이도 이 상세이사님과 정 재학님이

다시 오르기로 하여 여간 반가운게 아니다.

부담이 조금은 줄어드는 기분이다.

잠시 내려오는 시간에 동녁하늘이 붉어지기 시작한다.

거짖처럼 맑은 하늘에, 구름위로 번지는 새벽 노을에

서둘러 내려갈 생각은 잠시 잊는다.

저 일출을 보는것 만으로도

여기 레이니어 산에 온 보람이 있지싶다.

조그만 빛줄기에서 구름위로 해가 솟을때까지

한 참을 카메라 들이 대고 셔터를 눌러 대었다.

고소증세에서 내려오는것 또한 만만치 않다.

걸음이 쳐지는게 스스로 느껴진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하산을 하였다.

 

 

 

첫 날 고소적응을 위해 뮤어산장까지 오르는 내내 이정도 시계는 양호한 편이었다

 

 

밤을 도와 정상을 향하는 일행 유 학재, 신 동석이사님, 한 인석님의 모습

 

 

고소로 인한 하산중 전 경식님, 정 재학님 뒤로 먼동이 터오고 있다.

 

 

붉은해가 삐죽 얼굴을 내밀때 유 형근이사님

 

 

잉그레함 빙하에서 보이는 아담스로 여겨지는 봉우리 모습....

 

 

올림피아 공원에서 시애틀로 페리호를 타고 오면서 보이는 레이니어 산

구름인지 산인지 언뜻 구분이 쉽지 않다.

 

 

처음으로 원정산행을 높이가 4천4백 정도라고 가벼운 맘으로 나섰다가

호된 신고식을 나름으로는 치루었다.

담에 다시 이런 기회가 주어진대도

이번같은 고소가 오면 미련없이 돌아 내려올 터이다.

욕심이 아닌 배려와 희생이 담보가 되지 않으면 결코 일행속에 포함이 되어선 안되겠기에....

 본인의 고소증세 때문에 정상을 미련없이 떨치신 유 형근이사님,전 경식님.

어려운 여건에서도 정상등정에 성공하신 유 학재, 이 상세, 신 동석이사님,

이 경진님, 한 인석님께 감사를 드리고,

시애틀에 계시는 기 형희님, 김 은수님,

첨부터 기획하시고 함께 하신 정 재학님,

긴 2주동안을 내내 함께 해주신 강 신일 님과

뉴욕, LA선배님 후배님들께 이자리를 빌어 고마움의 인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