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여지껏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 받았던
양폭산장을 비워 주어야 한다.
바쁘게 손을 놀려 짐꾸리랴 아침 먹으랴 정신이 없다.
혹시 빠뜨린 장비는 없을지 뒤돌아 보고, 다시 보고
중량의 짐을 지고 죽음의 계곡으로 향한다.
오늘의 교육은 일종의 종합과정일 수 있겠다.
동계 혹한의 기온에서 견뎌내는, 생각하면 몸이 움츠러들 내용이다.
중량의 짐에다 크렘폰까지 착용하고 보니
한걸음 한걸음 옮겨 놓는게 쉽지만은 않다.
늘 산장에서 이동하여 교육장으로 쓰이던 10동지 추모동판을 지나,
빙벽 설벽을 그동안 배운 솜씨로 무난히 올라,
오늘의 숙영장소에 도착.
재빠른 동작으로 잠자리를 다듬고, 대청봉을 향해,
간단한 장비만 챙겨서 이동을 한다.
여지껏 올라보지 못한 곳을 향하는 설레임의 길.
오르는 내내 보여지는 경치가 장관이다.
여름이면 계곡에 물이 흘러 다닐 수 없는 곳인데,
한 겨울 계곡이 모두 얼어야 비로소 길이 보이는 죽음의 계곡,
동계과정의 백미랄 수 있는 풍광이 펼쳐져 보인다.
울산바위는 이제 작게 보이고 멀리 속초 바다도 내려다 보인다.
지난비에 무너져 내린 흔적이 뚜렷한 곳에 멈춰서,
동계과정내내 흘린 땀을 잠시 식히고는,
서둘러 하산을 한다.
이제 저녁을 지어 먹고 ~계곡이 얼어 있는 만큼 눈이나 얼음을 깨서
밥지을 물이며 찌개 끓일 물을 만들어야 한다~
겨울의 한자락을 지참한 장비에 의존해 보내야 한다.
비박이라고 해도 텐트정도는 있었던 그간의 호사가 아닌
침낭 하나와 침낭덥개 이것으로 밤을 도모해야 한다.
산속에서 곱은손 추스려 가며 떠먹는 따뜻한 찌개 맛이,
얼음을 녹여 지은 밥 한 술을 입안 가득 우물거리는 맛을
달리 표현치 못함은 아쉽기만 하다.
그어떤 진수성찬을 예다 비할까 싶다.
그새 섣달 보름이 된 모양이다.
자리에 누워 눈 빛에 반사된 달 빛의 조각들이 눈부시다.
이렇게 환한 밤도 다시 있을까 할 정도로 사방이 밝다.
코 끝을 스쳐 지나는 찬 바람도 훈훈하게 느껴질 정도로 포근한 밤이다.
달이 떠오르기 전 위력을 발휘하던 LED 전구
31일
이제 과정의 마지막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 숙영지 정리하고, 짐 챙겨서 산을 내려 가면
신나고 짜릿한 동계과정이 끝나는게다.
뭔가 좀은 부족한 듯 하고, 빠르게 지나간 시간이 아쉽기도 하겠지만,
일상으로의 복귀 또한 즐거움 아닌가.
하강을 하며 조금 내려오니 동계과정을 응원차
여러 동문들께서 마중와 주셨다.
어제 예까지 올라 동계과정 3조와 함께 비박을 하였단다.
내려오는 길에 10동지 동판앞에 모여 잠시 예를 올리고,
동문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끝으로
수료식 말고는 모든 과정을 마쳤다.
아직도 내려가야 할 길이 아득하기만 하다.
먹거리를 덜어낸 배낭도 아직 만만치 않은 무게감이 있다.
양폭산장 비선대를 지나 설악동에 다다르니
이제 모든 과정을 해냈다는 안도감에 몸이 축쳐진다.
긴장이 한꺼번에 풀리는 모양이다.
설악동 국립공원 회의실을 빌려 수료식을 마치고,
이제 저녁먹고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에 몸만 실으면 된다.
첫 시작때 작은 소요가 있어 착 갈아 앉은 분위기 탓에
하루 이틀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화천 딴산에서 부터 설악산 죽음의 계곡에 이르는 동계과정은
지금 생각해 봐도 안했으면 어떠했을지 궁굼해 진다.
비록 시간에 힘에 부치는 일정이지만 모두 해 냈다는 자부심과,
스스로 대견스러움을 자찬하며 글을 맺으려 한다.
동계과정 내내 노심초사하시며 함께 하신 연수원장님,
교무님, 과정장님, 대표강사님, 외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12기 동기 여러분도 고맙습니다.....
수료식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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