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4월 갑작스런사고로
사랑하는 아들을 하늘나라로 떠나 보내고,
바쁘신 와중에도 빈소를 찿아주신 많은 분들,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2학년 6반 담임이신 심 형섭 선생님, 음악담당 김 현지 선생님,
교직원님들, 학부형님들, 무엇보다도 늠름해 보이던 반친구들 참으로 고맙습니다.
큰 아픔을 함께한 주변 모든분들의 훈훈한 마음과 정성 고맙게 받았습니다.
96년 1월 13일 오전 11시경 우렁찬 울움을 터뜨리며,
세상에 태어남을 만천하에 고하던 순간이 아직도 또렷이 기억에 있는데
무슨 급한연유가 그리도 있기에, 세상에서 맺은 부자의 연을 이렇게 끊어버리는가.....
아쉽지만 현실은 실감이 나든 안나든 이미 발생된 일이니 되돌릴 수 없습니다.
어제 아해녀석의 유품을 정리하던중 하도 기막힌 메모를 발견하여,
원통한 마음에 추스렸던 맘을 진정치 못하고,
한참을 부들부들 떨어야 했습니다.
은원을 모두 감싸고 내 아이는 떠났을런지도 모르겠지만,
부모된 자로서, 다시는 이런 엉터리 같은 일이 세상에서 일어나질 않길 바라는 뜻으로,
이렇듯이 글로서 남기고자 합니다.
인기역시 귀한 집안의 장손으로 세상에 태어 났지요.
엄마, 아빠의 무능인지 어려서 지병이 있었고,
어려서부터 아이가 힘에 부칠지경의 치료 과정이 이어졌습니다.
남들은 건강하게 일상을 영위할때 우리애는 병마와 싸움을 하고 있었고,
이해심없는 어른들의 편견은 우리 부모를 힘들게도 하였지요.
우리 아이는 부모가 힘들어 할까봐 싫은 내색한번없이 약을 복용하였고,
밖에서 아무리 어려운일을 겪었어도 의연한 태도를 잃지 않았습니다.
늘 맑고 밝은 아이였지요.
'인기만의 비밀'이라고 된 이 글은, 표지에 '아빠 엄마도 열지마'하고 적혀 있었지요.
'6월 13일 금요일 2시 11분 15초. 지금은 앞자리의 애들이 부럽다. 왜냐하면 지금 나는 쩌죽기 일보직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작되지요.
순간 그간의 미스테리가 풀렸습니다.
지난해 내내 인기가 왜 그토록 학교에 가길 싫어 했는지,
왜 그렇게 머리아프다는 말을 자주 했었는지 말입니다.
인기는 여름내내, 아니 일년내 짝궁도 없이 맨뒷켠 한구석에 혼자 앉아 있었던거지요.
인기의 뼈저린 고통과 슬픔이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모든것을 혼자 감내하고,
어른들에게 고자질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아프게 했습니다.
그날밤 우리 가족은 밤새 울었습니다.
1학년때 담임이셨고 현 영어 담당교사이신 임 재라 선생님께 몇 가지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학년이 바뀐지 채 두달이 안되었음에도,
2학년 담임이신 심 형섭 선생님께서는 세차례나 다녀가셨습니다.
그 동안 선생님께서는 한번도 들르지 않으셨지요?
비난할 의사는 없지만 의구심이 들었지요.
선생님께서는 그냥 잊으셨을 겁니다. 만약, 쪽지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우리아이가 반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있을때,
선생님께서는 무엇을 하였는지요?
혹 고의적미필로 방조한점은 없으신지요?
애엄마가 인기는 지병이 있어서 약기운 때문에 많이 졸려하고,
반친구들 한테 해코지를 좀 당한다고 애기를 하면,
인기한테도 책임이 있다고 하셨다지요.
교사도 사람입니다.
내 자식도 미울때가 있는데,
부산하고 번잡스런 아이가 보기 싫을 수 있지요.
학업성취도가 낮은 아이를 보면 우리반의 골치거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동료 교사나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며 뒷애기를 할 수도 있겠지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여름내내 선풍기 바람에서 소외된 자리에,
미운 아이를 앉히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애기지요.
이것은 엄연한 육체적, 정신적 학대라 생각합니다.
그것도 매일 약을 한 줌씩 먹는 병약한 아이한테는 말입니다.
인기가 지병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인기가 초등학교때 부터 병이 있어 엄마, 아빠를 많이 아프게 하였지만
인기 스스로 힘이 들었을 뿐, 남에게 피해를 주진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 뒷자리에 짝도 없이 1년 내내 앉게 했습니다.
교사라는 직업을 신성시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특히 분노의 감정을 주체키 어렵다면 택하지 말아야할 직업이 교사라고 생각됩니다.
세상에는 일하면서 보람을 얻을 수 있는,
다른 수많은 직업이 있지 않습니까?
학교 안에서도 찿을 수 있겠지요, 행정직이나 노무직도 있구요.
인기의 글에 보면 '선생님은 더우면 옆으로 가라 하셨는데...(중략)'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반론을 하겠지요?
쉬는 시간에 바람을 쐬면 되질 않겠느냐고요.
그것을 대안이라 할 수 있을까요?
더운 자리를 골고루,
성적이나 담임선생님의 학생 선호 취향과 관계없이,
공평하게 돌아가며 앉도록 배려 하는것!
일반적으론 이런게 대안이 아닐런지요?
생각해 보세요!
더운 여름에 쉬는 시간마다 달려와서 선풍기를 가로막고 서는 급우를 좋아할 급우가 있을지요.
아! 저 친구는 더운 자리에 앉아 있지, 그러니까 쉬는시간에 선풍기 바람을 쐬러와도
내가 자리를 비켜 줘야지 마땅하지! 혹 이렇게 사려깊은 중학생을 보셨는지요?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어했을때, 왜 선생님은 대책없이 등교할것을 요구하셨나요?
왜 학교에 오기 싫어하는지,
그 이유에 선생님도 포함되어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 보시진 않으셨나요?
진정 묻고 싶습니다.
그리고 힘없는 마이너에 대한 선생님의 태도에 분노합니다.
한가지 걱정거리가 있습니다.
지금도 담임을 맡고 계신지요?
이제 날이 더워졋는데, 올해는 어떤 아이가 그자리에 앉았을지요?
제 걱정이, 단순히 기우이길.... 진정으로 진정으로 바랍니다.
끝으로
그 동안 너무나 고맙게 해주신 2학년 6반 담임 심 형섭 선생님!
저희 온 가족이 고개숙여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심 형섭 선생님 덕분에 인기는 가장 행복한 순간에 눈을 감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 그리고 그 밖의 모든분들께서
이 글 때문에 혹여라도 마음 상할까 두렵습니다.
모든분들께 다시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아들아 사랑하는 아들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하는 아들 인기 생일에~ (0) | 2020.01.15 |
---|---|
사랑하는 인기 10년 (0) | 2019.04.25 |
인기야! (0) | 2015.03.27 |
사랑한다 인기야 (0) | 2010.04.20 |